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 기술: 보행자와의 커뮤니케이션

1. 왜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가 필요한가?

현대의 도로 환경에서 차량과 보행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대부분 비언어적 신호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손짓이나 눈빛으로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은 일반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소통 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운전자가 차량 내에 존재하더라도 차량이 자율 모드일 경우 보행자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칠 수 없고, 차량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 기술, 즉 eHMI(External Human-Machine Interface)가 부상하고 있다. 이 기술은 차량 외부에 부착된 LED 디스플레이, 조명, 프로젝터 등을 통해 차량의 상태와 의도를 시각적 정보로 전달함으로써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타 운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궁극적으로는 사고 예방, 보행자 신뢰 확보, 도심 교통 효율 개선이라는 목표를 지닌 기술이다.

 


2. 구성 요소 및 작동 방식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 기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기적 통합으로 작동한다. 차량에는 LiDAR, 초음파 센서, 카메라, 레이더 등의 감지 장치가 탑재되어 주변 보행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시스템은 차량의 행동을 예측하고, 적절한 시점에 외부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메시지를 출력한다.

✅ 주요 디스플레이 유형

  1. 전면 LED 디스플레이: “건너세요”, “양보 중입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표시
  2. 도로 투사형 프로젝터: 가상 횡단보도, 화살표, 경고 표식 등을 노면에 직접 투사
  3. 조명 기반 시그널링: 파란색, 붉은색 등의 라이트 색상 또는 점멸 패턴을 이용해 상태 전달
  4. 애니메이션/아이콘 기반 시스템: 언어와 무관하게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중심 정보 전달

✅ 통신 연계

eHMI는 V2X 통신(Vehicle-to-Everything) 기술과 연계되어 교통신호기, 긴급 차량, 도시 인프라와도 정보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교차로에서 차량이 정지하고 보행자를 인식하면, 해당 정보를 전송받은 스마트 신호기가 보행 신호를 자동으로 조정하고, 차량은 “지금 건너세요”라는 메시지를 보행자에게 출력한다.


3. 실제 적용 사례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e-Corner 시스템을 통해 차량 측면 디스플레이에 회전 방향, 정지 상태, 보행자 인지 여부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회전 시 도로에 예상 경로를 프로젝션으로 비춰 보행자의 회피 반응을 유도한다.

🚘 메르세데스-벤츠 F 015

벤츠는 콘셉트카 F 015에서 차량 외부 전면에 “You may cross” 메시지를 표시하고, 차체 측면에는 LED 조명을 활용해 차량의 감속 또는 양보 의사를 나타내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 포드 & NHTSA

포드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협력해 전조등과 보닛 위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보행자 접근 시 다양한 신호를 테스트했다. 특히 보행자 인지율과 반응 시간 향상에 집중하여, 사람들의 실제 반응을 데이터화하고 있다.


4. 기술의 장점 및 산업적 파급효과

✅ 장점

  • 보행자 신뢰도 향상: 차량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불확실성 해소
  • 사고 예방: 특히 야간이나 시야 불량 환경에서 조명 기반 시각 정보가 큰 역할 수행
  • 언어 장벽 없음: 아이콘, 색상, 애니메이션 등으로 전 세계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메시지 전달 가능
  • 기능 확장성: 재난 경보, 도시 안내, 교통 정보 등 디지털 사이니지로의 확장 가능성

✅ 산업적 효과

  • 자율주행 상용화 가속화: 보행자와의 상호작용 문제 해결로 자율차 실도로 투입 가능성 증대
  • 도시 교통 시스템 혁신: 스마트 시티 통합 교통 관리에 활용 가능
  • 차량 차별화 요소: 사용자 경험(UX) 개선을 통한 브랜드 경쟁력 강화

5. 법적 과제와 사회적 수용성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는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식 신호 체계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며, 정보 오인으로 인한 2차 사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국제 표준화기구(ISO),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SAE International 등은 디스플레이 색상, 위치, 사용 문구, 반응 속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을 추진 중이다.

또한, 보행자 입장에서는 디스플레이의 색상/글씨/위치/디자인에 따라 인지 반응이 달라지며, 이는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텍스트보다 아이콘 기반 메시지가 빠르게 이해되었고, 반대로 고령자층은 글자 기반 메시지에서 더 높은 신뢰감을 보였다.


6. 미래 전망과 기술 진화 방향

미래에는 eHMI가 단순한 안내를 넘어, 보행자의 감정 상태와 주의력까지 분석하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 시선 추적 기반 디스플레이 작동: 보행자가 차량을 보고 있을 때만 메시지 출력
  • 감성 인식 기반 반응: 보행자가 긴장하거나 혼란스러워하면, 더 강력한 시각/청각 알림 제공
  • AR 기반 정보 전달: 차량에서 발신한 정보가 보행자의 스마트 안경 또는 모바일 기기에 연동되어 표시됨
  • 도로 위 실시간 경고/광고/정보 전달 허브로서의 차량: 차량이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서 도심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변모

✅ 결론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 기술은 단지 자율주행차의 부속기능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사람과 기계가 소통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이는 인간 중심 교통환경의 회복, 도시 커뮤니케이션의 진화,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수용성을 모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화면”이 되고, 도로가 “대화의 공간”으로 확장되며, 도시는 더 이상 침묵하는 공간이 아닌 지능형 연결 생태계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행자와의 시각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외부 디스플레이 기술이 있다.